꽃 축제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완도에서 바닷길 따라 5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청산도에도 유채꽃 축제가 한창이다. 청산도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서편제이다. 진도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아버지와 딸이 넘어가는 고갯길이 인상적이었다.
‘사월초파일 연등 감듯’이라는 주제로 열린 ‘화연 김선이 판소리공연’을 빛고을 국악전수관에서 관람하였다.
평소 판소리는 볼 기회가 없었지만, 판소리를 좋아하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판소리는 충만했다. 소리가 끝나고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에 꽃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화연 김선이는 무형유산 동초제 흥보가 보유자로서 심청가 중 심청이가 환생한 장면으로 관객과 만났으며 이은비 전수자가 흥보가 가난 타령 박 타는 대목을 절창으로 관람객의 웃음 보따리를 선사했으며, 특별 출연으로 벗인 가야금 병창 보유자인 황승옥이 조자룡 활 쏘는 대목으로 관람객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무형 문화재 전수자인 김수인이 춘향전의 ‘옥중상봉 어사 출도’로 첫 장면을 열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의 삶에서 판소리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평소 김수인 가수를 좋아하는 지인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판소리 부르는 시간이 30분이 넘는 절창을 보면서 무대에서 고수와 관객과 호흡을 통해 긴 시간을 공연하는 장인의 모습을 보면서 긴 박수를 보내주었다.
무대에서 한 마당을 부르는 것을 ‘완창’이라고 한다. 완창은 소리꾼 한 명이 오로지 고수의 북 장단에 의지해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이며,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덟아홉 시간까지 소리를 한다.
이와는 달리 ‘절창’은 판소리의 한 대목을 부르는 것으로 이번 공연은 고수와 부채를 든 두 명의 젊은 소리꾼이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판소리의 한 대목을 선정하여 관객과 호흡하며 모노드라마를 펼친다.
최근 판소리 창극은 국립창극단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 등 젊은 단원들은 탄탄한 팬덤의 영향으로 관객이 늘어났다.
공주에서 열린 삼인의 무대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어 판소리와 가요의 믹스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배운 가수는 소리가 튀어 노래를 듣는이로 하여 귀가 펑 뚫린다. 이에, 판소리를 배웠던 음악인들이 가요로 전향하는 이유는 수입, 무대에 설 기회가 적어서일 것이다.
특히 판소리는 남도의 소리다. 남도의 소리인 판소리 가수가 가요로 전향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소리인 창은 다른 음악에 비해 무대에 설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노래는 5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는데 판소리는 한 무대에서 서 있는 시간이 보통 30분 이상이다. 노력에 비하면 수입이 적다.
이에 삶은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기에 판소리를 하는 국악인에 대한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소리인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 장단에 맞추어 발림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 음악.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이다.
12마당인 판소리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5마당’ 만 전한다. 그러므로 이번 ‘사월초파일 연등 감듯’ 공연은 우리의 판소리 다섯 마당이 절창으로 관객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판소리를 명창인 김선이 소리가 끝나자 관람객에서 한 스님이 일어나 “감사합니다.”라고 합장하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대가의 소리를 들을 기회에 감사하였다.
이는 남도의 소리를 보존하기 위한 광주광역시와 빛고을 전수관이 노력이 없었다면 소중한 시간이 없었을 것으로 본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흥이 난 시간은 남도의 소리 육자배기와 아리랑을 부르며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이었다. 아리랑은 어릴 적 화전놀이를 하는 아낙네들이 불렀던 노래로 누구나 귀에 익숙해져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따라 부르는 노래다.
이번 공연에서도 모든 관객이 함께 부르며 춤을 추는 신명 나는 시간이었다.
온 들판에 유채꽃이 출렁이는 계절이다. 서편제에서 진도 아리랑은 청산도 고갯길을 넘어가며 부르는 노래다.
서편제 영화에서 감독 임권택은 소설가 이청준의 장흥 집으로 가는 고갯길이 영상에 잡히지 않아 청산도에서 촬영했다는 영화 뒷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올봄에도 노란 유채꽃이 펼쳐지는 청산도에서 남도의 판소리가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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